[부일시론] 아버지 성을 따르는 건 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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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애 변호사

자녀가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가. 통상적으로는 그렇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기결혼을 하고 임신한 아내에게 낙태를 강요하고 아버지이길 부정하고 이혼한 뒤에도 자녀에 대한 면접 교섭을 전혀 하지 않는 아버지, 이혼 후 양육자이던 전처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도 제 자식을 부양하지 않는 아버지의 경우에도 자녀 출생시 부의 성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젊은 세대 '부성(父姓)주의' 반대 많아

한편 임신과 출산을 홀로 감당했고, 생사불명 등 앞으로도 아버지가 자녀에게 관심을 가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객관적인 상황에도 우선 아버지의 성과 본으로 출생신고한 뒤 다시 자녀의 성본 변경 허가 신청을 해야 하는 것이 합당한가. 게다가 오늘날 입양가족, 별거가족, 동거가족, 동성애가족, 독신입양가족, 비혼가구 등 다양한 가족형태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부성주의가 타당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현행 민법은 '子(자)는 父(부)의 姓(성)과 本(본)을 따른다'(781조1항)고 규정하고 있고, 부모가 혼인신고 시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 등에 한해 예외를 두고 있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부성주의는 규범 이전에 생활양식으로 존재해 온 사회문화적 현상이고 오늘날 대다수 사회 구성원은 이를 자연스러운 생활양식으로 받아들이므로 합헌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성주의'에 대하여 최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1.9%(4252명)가 불합리하다고 밝혔다. 남성(46.9%)보다는 여성(73.2%)이, 나이가 어릴수록 부성주의가 불합리하다는 답변이 높게 나왔다. 부성주의의 대체 방안으로는 '자녀가 출생할 때 부모가 협의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가 75.2%로 가장 많았고, 그 이유로는 '부모는 평등하기 때문에'(47.7%)를 가장 많이 꼽았다.

현행법상으로는 혼인신고 시 자녀의 성·본을 모(母)의 성·본으로 하는 데 협의하지 못한 경우 자녀가 출생한 후 부모가 협의하여 자녀의 성을 모의 성으로 하고 싶어도 모의 성·본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 또 아버지가 자녀의 임신과 출산에 무관심하고 행방불명인 경우에도 우선 부의 성과 본으로 자녀를 출생신고를 한 뒤 나중에 가정법원에 성본변경 허가 신청을 해야 한다. 가정법원에서는 위와 같은 사안에서, 모가 나중에 재혼할 경우 또 다시 자의 성본 변경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하여 미리 모의 재혼 여부에 대해 질문하는 경우도 있다. 성본변경 제도의 주요 도입 배경이 재혼가정에서 자라는 자녀들이 실제로 아버지 역할을 하고 있는 계부와 성이 달라서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부성주의 자체가 헌법상 양성평등 원칙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논할 때이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부가 이혼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자녀의 친권자 및 양육자를 지정하는 일이다. 자녀의 친권 및 양육권은 부모의 권리인 면보다 의무적인 측면이 훨씬 강하다. 양육자가 친권을 갖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더 부합하고 친권자가 아니라고 해도 부모·자식 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친권은 자녀가 미성년일 동안만 의미를 갖는 것이고, 이혼 전후 본인의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해 보면 배우자가 있다가 없어지는 것 외 달라지는 것이 전혀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과거 부와 남성 중심의 혈통 계승을 강제한 호주제 관습에 젖어 어머니가 친권자가 되는 것이 마치 자녀의 호주가 어머니로 변경되는 것으로 오해하여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 복리 위해 일방변경 가능하게 해야

자의 성본변경 허가 사건에서 부의 의견을 물을 때 덮어두고 반대하는 경우도 많다. 이것 역시 부성주의가 부와 남성을 가족의 중심에 놓아 가부장적 가치 질서를 유지·강화하고 가족 내 여성의 지위를 남성에 비해 부차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만들어 여성을 차별하는 데 기인한다.

현재 우리 혼인풍습상 혼인신고할 때 자녀의 성과 본에 대한 협의까지 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따라서 오히려 자녀의 출생신고를 할 때 자녀의 성과 본을 부모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 또한 협의가 불가능한 경우 부의 성을 원칙으로 하여 출생신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양육하는 부모의 성을 선택하여 출생신고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후 자녀의 복리를 위하여 성본변경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부모 중 일방이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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